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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의 예술가 피에르 만초니는

자신의 똥을 90개의 작은 깡통에 밀봉하여 출품하였는데요, 만초니가 제작했습니다는 사인과 같이 시리얼 넘버를 매겼다. 옆면에는, "예술가의 똥, 정량 30그램, 원상태로 보존됨, 1961년 5월 생산되어 깡통에 넣어짐."이라는 문구가 4개국어로 쓰여있습니다. 자신의 똥값을 당시 같은 무게의 금값과 같이 매겼다고 합니다. 똥값이 금값 금값이 똥값 '니 작품은 똥이야![Your work is shit!]'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은 피에로 만초니가 똥이 담긴 작품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고. 정작 그 말을 한 아버지가 통조림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이 작품 제작을 도와줬다는 후문이 존재합니다.


다다이즘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다다이즘이라는 예술사조는 이 작품이 나오기 수십년 전에 사망하였고, 이 작품을 굳이 사조로 구분합니다면 플럭서스나 개념미술로 구분됩니다. 개념미술은 의외로 진지한 생각에선 나왔습니다. 1950년대 이후 미국이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부자들을 중심으로 미술시장이 과열되는데요, 이러한 현실에 반대하던 예술가들이 기존 예술에 대한 조롱하는 뜻 혹은 갤러리에 소장할 수 없는 작품[물질적인 작품은 없고 그 개념만 있습니다거나..]을 목표로 만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일반인들이 이걸 보고 "WTF?"이라는 의견을 갖는다면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기존 예술의 파괴라는 점에선은 다다이즘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다이즘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 고전미술을 끝장내려 했습니다면, 개념미술은 다다이즘과 같은 미술이 일반화된 시대에 부자들에겐 길들여진 현대미술을 공격하려고 했습니다는 '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을 조롱하기 위한 이 똥조차도 환호하였고 결국 개념미술은 자본에 데꿀멍하게 됩니다. 그 결과 지금 이 작품의 거래 가격은 같은 무게의 금값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노리고 만든 것 일지도.




21세기 들어서는 10만 $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최고가는 2016년 8월 밀라노 경매에선 기록한 27만 5천 유로. 참고로 1961년 당시 금 30그램은 약 35$였는데 이는 물가 상승률만 고려하면 2018년 기준으로 약 300$가 되고 금 30그램의 가격은 약 1300$니 뭘로 채산해도 금보다도 몇백배는 비싸다.


막상 이 작품 안에는 정말 진짜로 예술가의 똥이 들어있을까에 하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피에로 만초니의 생존 당시 그의 측근으로부터 사실 안에 들어있는건 똥이 아니라 단순히 회반죽 덩어리라는 증언도 있었고, 작품 전시를 준비하던 큐레이터가 부식된 틈에선 새어나오는 악취를 맡았습니다는 루머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거래가격이 억대를 찍는 상황에선 통조림을 오픈하면 작품 자체가 손상되는지라 억대의 돈이 날아갈 것을 감안하고 선뜻 통조림을 까긴 어려웠고, 만약 뚜껑을 열었더니 안에 든게 회반죽이라면 진위 논란으로 인해 작품의 가치가 하락하니 선뜻 내용물의 진위를 파악하긴 어려웠습니다.




1989년 예술가의 똥 작품을 소유하고 있던 한 미술단체가 진위확인을 위해 이 캔을 오픈했으나.


안에는 통조림 하나가 또 들어있었습니다. 이 두번째 캔은 열지 않기로 결정되어, 진짜로 저 통조림 안에 진짜 예술가의 똥이 들어있긴 한 건지 확인된 증거자료는 없습니다.


1994년, 덴마크의 예술품 수집가가 라네르스 미술관에 이 작품의 간수를 맡겼는데 이 미술관이 별 생각없이 따뜻한 곳에 캔을 두었습니다. 캔에 녹이 슬어서 내용물이 새버리는 일이 벌어졌고, 이에 원 주인인 수집가가 소송을 걸어 미술관으로부터 25만 덴마크 크로네[대략 5천만원 가량]를 보상받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작품의 특이성 때문에 항상 '현대미술은 이 정도로 병신입니다.' 라는 투의 논리를 전개할 때 빠지지 않고 출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대미술이 현재의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 시초나 이 작품이 나오게 된 동기를 생각해보면 '현대미술은 이 정도로 XX입니다.'라는 투의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만초니의 의도대로 흘러간 것입니다.